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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변함없이 그곳에 있었고 그때의 감정이 다시 밀려왔다.”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1993년에 제작한 『바다가 들린다(海がきこえる, I Can Hear the Sea)』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아닌 TV 스페셜로 방영된 독특한 작품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나 다카하타 이사오가 연출한 작품들과는 달리 비교적 젊은 제작진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었으며 그 덕분에 보다 젊고 현실적이고 섬세한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화려한 판타지가 아니라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과 풋풋한 첫사랑 그리고 그 성장 과정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의 흐름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영화의 줄거리, 주요 등장인물 그리고 영화가 주는 감동을 중심으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줄거리 – 잊고 지낸 감정이 다시 밀려오는 순간
영화는 도쿄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모리사키 타쿠가 자신의 고향인 시코쿠의 고치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모리사키 타쿠는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같은 반 친구였던 마츠노 유타카와 매우 친한 친구사이였습니다. 두 사람은 늘 함께 다니며 서로를 잘 이해하는 친밀한 사이였지만 어느 날 도쿄에서 전학을 온 한 소녀 무토 리카코를 만나게 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변화가 생깁니다.
리카코는 도쿄에서 자란 도시 소녀로 지방 도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늘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적이 우수하고 외모도 뛰어나지만 어딘가 차가운 태도를 보이며 다른 친구들과도 쉽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리카코가 모리사키 타쿠에게 다가와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녀는 가정 문제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타쿠는 그런 그녀를 돕게 되면서 점점 복잡한 감정에 빠지게 됩니다.
어느 날 리카코는 도쿄에 가야 한다며 타쿠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하게 됩니다. 타쿠는 친구 유타카가 안된다고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돕게 되고 결국 둘은 도쿄로 함께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여행은 예상과는 달리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끝나게 되었고 돌아온 후에는 둘의 여행에 관한 소문이 퍼지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졸업을 하고 난 후 타쿠는 도쿄로 올라와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서 고치에서의 일들은 점점 잊혀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다시 만난 리카코를 본 순간 잊고 지냈던 감정이 되살아나면서 영화는 감미로운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주요 등장인물 – 섬세한 감정선을 그려낸 세 사람
이 영화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청춘의 한 시기를 함께 보낸 세 친구의 미묘한 감정과 성장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주인공 모리사키 타쿠는 평범하고 성실한 고등학생입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성격은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받는 인물로 특히 친구 유타카와는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그는 감정 표현이 서툴지만 내면적으로는 섬세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리카코를 도우면서 점점 그녀에게 복잡한 감정을 품게 됩니다.
무토 리카코는 그런 타쿠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입니다. 도쿄에서 자란 그녀는 갑작스럽게 부모님이 이혼하게 되면서 시골 도시인 고치로 전학을 오게 되었고 시골 도시에서의 생활에 불만을 가지며 친구들과도 쉽게 어울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차가운 태도 뒤에는 가정 문제로 인해 상처받은 소녀의 외로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타쿠에게 의지하면서도 동시에 타쿠에게 혼란을 주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마츠노 유타카는 타쿠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리카코를 짝사랑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타쿠와 리카코의 관계를 알게 된 후에도 큰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내면적으로는 깊은 갈등을 겪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타카는 끝까지 친구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타쿠와의 우정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처럼 세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삼각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가 주는 감동 – 청춘의 아련함과 성장의 과정
『바다가 들린다』는 화려한 사건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청춘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여러 가지 요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시간이 지나야 깨닫게 되는 감정"입니다. 타쿠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리카코에게 큰 감정을 느끼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그녀를 보았을 때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됩니다. 이는 누구나 경험하는 성장 과정 속에서 ‘그때는 몰랐던 감정’을 다시 떠올리는 순간을 상기시키며 관객들에게 아련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두 번째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이야기합니다. 리카코는 처음에는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않으려 했지만 타쿠와 유타카를 통해 점차 마음을 열어갑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으며 때로는 오해와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평범한 일상이 주는 소중함"을 담고 있습니다. 『바다가 들린다』는 거대한 사건이나 극적인 로맨스가 아닌 소소한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조용히 그려냅니다. 이는 우리 모두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학창 시절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하며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바다가 들린다』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 중에서도 독특한 감성을 가진 영화입니다. 마법이나 판타지가 등장하지 않지만 청춘 시절의 설렘과 후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는 감정들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타쿠가 리카코를 바라보며 자신의 감정을 깨닫는 순간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그때 알지 못했던 마음’을 떠올리게 하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과거의 추억 속에서 우리는 어떤 감정을 다시 떠올리게 될까요?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면서 잊고 지냈던 감정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